비만치료제·위고비·마운자로 남용이 불러온 의학적 경고와 사회적 파장
1. ‘살 빠지는 약’으로 변질된 의료의 본질
최근 몇 년 사이,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위고비(Wegovy)**와 마운자로(Mounjaro), 그리고 **삭센다(Saxenda)**는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체중 감량의 기적’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의학적 본질을 훼손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약들은 원래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 질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빠르게 살이 빠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건강한 사람들까지 처방을 요구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다이어트 열풍’이 아니라 의료의 신뢰와 안전성에 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2. 위고비·마운자로의 작용 원리, 그리고 부작용의 그림자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로 분류된다.
이 약물은 식욕 억제 및 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을 모방해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이 강력한 기전 뒤에는 부작용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 구역, 구토, 설사 등 위장 장애,
- 저혈당 증상,
- 근육 손실과 피로감,
- 그리고 드물게는 췌장염 및 담낭 질환 등이 보고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비만치료제는 체중을 줄이지만 체지방과 함께 근육량이 감소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대사 기능이 오히려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즉, 단기간의 체중 감량보다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3. ‘유행’이 만든 무분별한 처방, 병원과 환자 모두 문제
최근 일부 병의원에서는 ‘다이어트 전문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비교적 쉽게 처방하고 있다.
SNS 광고에는 “한 달에 5kg 감량”, “주사 한 번으로 식욕이 사라진다”는 문구가 난무한다.
하지만 이런 홍보는 의학적 근거보다 상업적 목적이 앞서는 행태로,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명확한 진단 기준과 의료 감독 아래 사용해야 하며, BMI·혈당·간기능 등 기초 검사 없이 단순히 ‘살 빼기용’으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부 병원이 환자 요구에 따라 약을 남용 처방하는 구조는, 결국 부작용과 의약품 남용 문제를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4. ‘약 대신 습관’…전문가가 말하는 안전한 체중 관리 3원칙
비만치료제는 분명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건강한 체중 관리의 3가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식습관 개선: 고단백·저당 식단으로 혈당 변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 꾸준한 운동: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해 기초대사량을 유지해야 한다.
- 심리적 관리: 스트레스성 폭식, 수면 부족 등 생활 패턴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 원칙은 약물 없이도 지속 가능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이러한 관리가 병행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5. 무분별한 비만치료제 사용이 초래할 5가지 위험
- 부작용 증가 – 장기 복용 시 위장 장애, 췌장염 등 위험이 커진다.
- 근육량 감소 – 단기간 체중 감량으로 체성분 불균형이 생긴다.
- 의존성 형성 – 약을 중단하면 식욕이 급격히 회복되어 요요가 발생한다.
- 비의료적 사용 확산 – SNS·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비처방 구매가 늘고 있다.
- 의료 신뢰도 하락 – ‘다이어트 약 처방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
이 다섯 가지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부작용을 넘어,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관리 강화가 절실하다.
전문가의 결론: 비만치료제는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A교수는 “비만은 단순히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질환 치료의 한 과정일 뿐, 미용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즉,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약은 전문적 진단과 지속적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기간 유행처럼 소비되는 순간, 그 약은 치료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 요소로 변할 수 있다.
건강한 몸은 ‘숫자’가 아니라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비만치료제의 열풍은 현대인의 외모 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한 사회적 현상이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은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 꾸준한 운동, 올바른 생활 습관에서 온다.
약물은 ‘도구’일 뿐, 해결책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약’이 아니라, 의학적 원칙에 근거한 올바른 인식 변화다.
비만치료제가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치료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소비자 모두의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