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해지 급증 5배↑, 주택 청약제도 신뢰 어디로 갔나

‘청약통장 해지’ 봇물 속, 무너진 청약제도 신뢰와 주택시장 불신

최근 몇 년간 ‘내 집 마련의 첫걸음’으로 여겨졌던 청약통장이 급속히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 통계와 은행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대비 2025년 청약통장 해지 건수가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청약점수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납입하던 이들이 지금은 “그냥 깰래요”라며 해지를 선택하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금융상품 해지가 아니라, 주택 청약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 ‘청약통장 해지 급증’ 현상, 왜 지금인가

청약통장 해지 증가세는 특정 계층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해지율이 폭등하고 있으며, 주택시장 전반의 냉각기와 맞물려 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청약통장 해지 건수는 12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 수준으로, 청약통장이 한때 ‘국민 필수 금융상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충격적인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청약 당첨 가능성의 희박함 ▲지속되는 고분양가 ▲전세·매매 시장의 불안 ▲고금리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즉, **“청약을 해도 당첨될 가능성이 없다면,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심리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2. 무용지물이 된 청약제도, 신뢰는 어디로

청약통장은 1981년 도입 이후 40년 넘게 국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기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청약통장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특히 2020년 이후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대거 쏟아졌지만, 일반 청약자가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무주택자의 꿈”이 점점 멀어졌다.
실제 인기 지역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수백 대 1을 웃돌고 있으며, 청약 가점이 60점 이하인 세대는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게다가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당첨이 되더라도 ‘당첨 포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결국 청약통장 자체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 것이다.


3. 2030세대, ‘청약통장 해지’의 주된 세력으로 떠오르다

은행권 통계에 따르면 청약통장 해지자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 혹은 결혼을 앞둔 세대로, 기존에는 ‘청약을 위한 장기 투자’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집은 포기하고 투자로 간다”**는 흐름이 뚜렷하다.

주택 가격 상승 속도에 비해 청약제도가 제공하는 혜택은 미미하다.
또한 정부의 특례 청약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 역시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보며, 다수의 청년층은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청약통장은 결국 돈만 묶이는 계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2030세대는 이른바 ‘실패한 청약 세대’로 불리며, 부동산 시장의 신뢰 하락을 상징하는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4. 부동산 정책의 반복된 실책, 청약 신뢰 무너뜨리다

청약통장 해지 급증의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의 잦은 변경과 일관성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매년 공급 확대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 정책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컨대 2023~2024년 추진된 ‘청년 우선공급제’는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실제 당첨률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이처럼 제도는 많지만 체감 가능한 변화가 없자, 청약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청약제도는 신뢰가 생명인데, 지금은 그 기반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히 금융상품 해지가 아니라 국가 주택정책의 실패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5. 고금리 시대, 청약통장 유지의 ‘기회비용’ 커졌다

최근 청약통장 해지율 급등의 또 다른 이유는 금리 환경 변화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4%를 넘나드는 반면, 청약통장의 이율은 여전히 1.8~2.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가입자들은 “청약 당첨 가능성도 없는데 이율도 낮다”며 해지를 택하고 있다.

즉,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은 해지 후 적금이나 투자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자금이 재유입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청약제도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 전문가 “청약통장 실효성 회복 위한 전면 개편 시급”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지금의 청약제도는 시대 변화에 뒤처졌으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부동산학과 한 교수는 “청약통장은 과거 주택공급이 부족하던 시절의 제도다. 지금처럼 공급이 다양화된 환경에서는 낡은 방식”이라며 “청년층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청약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청약통장의 점수제 중심 구조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지역별·연령별 맞춤 청약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7. 청약시장 신뢰 회복 없이는 부동산 안정도 없다

청약통장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국가 주택공급 정책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심리’**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지 봇물이 터진다면, 시장은 더욱 냉각될 수밖에 없다.
청약제도의 신뢰 회복 없이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또한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의 해지율 급증은 단순한 금융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적 신호”라며 “정부가 이를 정책 변화의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본 경고, ‘5배 해지’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청약통장 해지 급증 5배라는 숫자는 우연이 아니다.
이 수치는 단지 ‘상품 해지율’을 넘어, 대한민국 주택시장 신뢰의 붕괴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청약통장이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공급의 투명성 확보 ▲가점제 구조 개편 ▲청년층 실질 지원책 등 근본적인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해지 봇물은 단지 ‘통장 해지’가 아니라, 국민이 청약제도에 보낸 마지막 신호다.
이 신호를 외면한다면, 청약제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체의 신뢰 기반이 붕괴될지도 모른다.